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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07:54

계반삽시 - 히로뽕

조회 수 310 추천 수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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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글이라 다시 한번 리바이벌 해 봅니다

추석도 가까와 오고 해서 ...요

뽕아제가 이글 보면 ...다시 와서 뽕좀 놔주시구랴 ......

8년전에 쓴글입니다

[신길선배 보기 편하시게 글좀 키우고 음악넣고 눈 안아프게 약간 흐리게 편집만 했습니다]

긴글도 워낙 재밌게 쓰는 재주가 있는 히롯뽕을 생각하며......


지금 봐도 참 잘쓴글입니다 ^^


===================================================


서글픈 목소리


이선희의 ‘J에게가 천지를 뒤흔들었던 다음해(1985)의 강변가요제였다.

이은하의 창법을 닮은 마음과 마음의 그대 먼 곳에가 대상을 차지했고,

어우러기의 밤에 피는 장미가 금상, 권진원의 지난 여름 밤의 이야기가 은상,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가 장려상으로 결정되었다.


그들 중에 권진원과 박미경은 현재도 맹렬히 활동 중에 있다.

지금 다시 들어 보아도 모두가 출중한 노래솜씨였고

훌륭한 곡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대상도 금상도 아닌 동상을 받은 여가수의 노래가 각별히 마음에 와 닿았다.


자그마한 체구로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가사나 멜로디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그 가수의 처량하고 서글픈 목소리에 빠져들 뿐이었다.

처량하고 서글픈 목소리는 그 후 10여 년이 지나 임주리에게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주리의 목소리는 뭐랄까, 막걸리 집 작부의 이미지인데 반해

그녀의 처량한 목소리는 품격 높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으로 다가 왔었다.

그 여가수는 이순길이었고, ‘끝없는 사랑이라는 노래였다.

 

 끝없는 사랑

 꽃 물결 일렁이던 어느 날 잠자던 내 가슴속에

 여울져 흐르던 그 빛은 너무나도 영롱했어요

 자꾸만 당겨오는 그대의 신비에 이끌리면서

 끝없이 열리는 세상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죠

 그게 사랑인 것을 그게 사랑인 것을 나 그때 몰랐었지만

 맴도는 기억 속에 아픔 되어 밀리는 나 그대 떠날 수 없어

 멀어진 옛사랑 그림자 밟으며 나 여기 여기 설래요

 

나니미

20대 아가씨가 무슨 한이 있길래 이런 목소리를……

한동안 85년 강변가요제의 LP는 나의 골방에서 무한정 반복하여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순길의 다른 노래가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나니미라는 노래였다.

전작에 비해 빠르고 경쾌한 노래였는데도 이순길이 부르니 또 처량하고 서글퍼졌다.

마치 무슨 노래라도 장윤정이 부르면 뽕짝이 되고 마는 것처럼.

 

 나니미

 그대와 만나던 날 호숫가에 꽃 무지개 떴지

 그대와 손잡던 날 내 가슴에 둥근 달이 떴지

 그러나 이젠 모두가 추억

 사랑이란 눈물로 쓴 이야기였네

 만약에 내가 시인이라면, 시인이었다면

 한 줄만 읽고도 눈물이 핑 도는 시를 썼을 거야

 달이 가도 해가 가도 차마 못 잊을 나니미 나니미 그리운 내 사랑아.

 보고 싶어 울고 있는 이 마음 전할 길 없네



 

내가 소주 한 잔 걸치고 불러보면 흥이 절로 나는 노래인데 이순길의 목소리로 들으면

눈물로 축축하게 젖는 느낌이었다. 거 참 젊은 아가씨가……

나니미가 무슨 뜻인가 싶었더니 古語로 나의 님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 후로는 나의 기억에서 이순길은 잊혀져 갔다. 하지만 나니미라는 말은 새록새록 다시 살아났다.

 

이순길이나 나니미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석철이었다. 참고로 나는 어른의 이름을 칭할 때 무슨 자, 무슨 자를 쓰십니다

하는 식의 예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연산을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이 유별났다. 할아버지를 간혹 나니미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것도 꼭 성()을 붙여서……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평소에는 아버지라 하다가, 어떤 때는 나니미라 했다.

어머니도 그랬다. 어떤 때는 아버지, 어떤 때는 나니미였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그리 부르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시아버지가 아닌

그저 아버지 혹은 나니미라 부르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사이가 각별히 살가웠거나 아니면 순 쌍놈의 가풍이었거나 둘 중의 하나였으리라.

나는 할아버지를 나니미라 부른 까닭을 알지 못했다.

그저 옛사람들이 쓰던 아호(雅號)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문인도 아니었으며 예술가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왕 호를 붙일 요량이었으면 忠武公이나 蕙園처럼 그럴듯한 호를 쓰실 일이지 나니미가 뭐람……


나는 할아버지를 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말로는 할아버지가 동네에서는 제법 명성이 높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세상사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뻥도 이 정도면 동계 올림픽 금메달 감이다.

물론 뻥이었겠지만 할아버지는 도술도 부렸다고 했다.

장풍이나 축지법 같은 초보도술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도, 없앨 수도 있었다고 했다.


놀라운 일은 할아버지한테 배웠는지 최근에는 어머니도 도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교회의 권사님들과 심방을 나가서 기도를 하자 몸이 아픈 사람이 낫는 일도 있었고,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처녀가 치유되는 일도 있었다.

어머니는 아직 그 방면에 풋내기였지만 교회의 연세 드신 권사님들은 특히 귀신들린 신도를 치유하는 데는

거의 퇴마사 수준이었다.


다시 할아버지 이야기로,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벌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도 순 개 뻥이었음을 알았지만 아버지의 말이라 그저 네네 하며 듣고만 있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을 잘 들어야 하고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으면 큰 일이 난다고 겁을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아버지나 어머니도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제사에 대해서는 할아버지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할아버지께서는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하셨다.

집안의 며느리들을 사랑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랬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해마다 할아버지의 명절제사와 기제사를 줄기차게 모셔왔다.

아버지는 크리스천이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는 일로 교회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어른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결코 남 탓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는 필시 할아버지 앞에서 말을 듣지 않은 죄로 진하게 한따까리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제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물어보았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제사는 어떻게 할까요?”

아버지는 동문서답이었다.

나니미께서는 제사를 지내지 말라 하셨다.”

아니, 할아버지 말고 아버지 제사 말입니다. 할아버지 제사는 큰집에서 지내잖아요.”


아버지는 나의 물음에 노코멘트였다.

아버지의 노코멘트를 나는 제사를 지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장례는 교회식으로 치렀다. 비석에도 십자가 문양과 함께 아무개 집사 잠들다라고 적혀있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제사문제를 의논했다.

어머니는 초보 퇴마사를 겸하고 있는 집사였던 까닭에 제사를 지내는 일을 반대했다.

나는 고집을 부렸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겠노라고.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내의 주둥이가 한 뼘은 튀어나와 있었다.

나 역시 크리스천임을 알았던 터라 나한테 시집을 오면 제사 걱정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아내는 무슨 큰 사기라도 당한 표정이었다.


정월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추석을 앞둔 아내는 며칠 전부터 소화불량이 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그것도 혼자서 제사준비를 할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친정과 시댁으로 수십 번도 넘게 전화로 물어가며 일주일 전부터 제사준비를 시작했었다.

먼저 장을 보러 가야 했다.

, 아내와 장을 보러 가야 하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을 것을.

아내와 장보는 일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스트레스였다.

아내는 평소 청양고추 한 봉지를 사더라도 재래시장과 집 근처 홈 플러스 그리고 이마트를 돌며 최고 품질, 최저 가격을 확인한 후에 구매를 하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청양고추 한 봉지를 사는데 반나절은 기본이었다. 그런데 제사준비라니……


아내는 어디서 들었는지 제사상에 오를 음식은 최고의 재료라야 한다고 했다.

특히 채소는 국산과 유기농을 고집했다.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도 제사상에 유기농까지 아니어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아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내를 따라다니며 제사를 위한 장보기는 죽을 맛이었다.

장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용량대비 가장 비싼 품목은 한우나 조기가 아니라 도라지와 고사리였다.

아무리 국산이라지만 무슨 도라지와 고사리가 인삼보다 비싼지 원……


결전의 날이 오자 아내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침부터 제사준비로 분주했다.

하지만 음식준비의 절반은 내 몫이었다. 하루 종일 주방에서 아내의 보조를 해야 했다.

아내는 쉐프, 나는 보조. 보조의 일 중에 제일 괴로운 것은 정구지 다듬기였다.

콩나물 다듬기도 만만치 않았고 동그랑땡 만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내 아버지의 첫 제사라 투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조기였다. 아내는 고집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팔뚝만한 참조기를 샀다.

 진짜 팔뚝만한 참조기였다. 내 눈에는 다들 비슷하게 생겼는데 조기는 종류가 많았다.

그리고 참조기는 크기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었다. 단위용량으로 최고가는 고사리와 도라지였지만,

 단일 품목의 최고가는 팔뚝만한 참조기였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프라이팬에 조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는 비명을 질렀고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 아내에게 달려갔다.

아내는 예쁘게 구워내려 했지만 조기를 뒤집자 살점이 힘없이 부서져 내린 것이었다.

수습하려고 건드릴수록 조기는 점점 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게 얼마짜린데 하며 아내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다시 사와야지……

 

아내가 조기 조리법을 터득하게 된 것은 몇 마리의 팔뚝만한 참조기를 더 말아먹고 나서였다.

그리고 경상도에서는 제사상에 닭이 올라간다.

간장에 조림하여 통째로 올린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었다.

시어머니에게 구두로 레시피를 전수받았지만 도무지 모양도 빛깔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닭을 몇 마리 더 능지처참 시키고도 끝내 실패하여 결국 간장조림 닭을 버터구이 통닭으로 대체하는데 합의했다.

오븐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리고 아버지는 버터라면 질색을 하셨는데……

 

계반삽시(啓飯揷匙)

문방구에 가서 한지와 붓 펜을 샀다.

그리고 지방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은 추사나 왕희지인데 써 놓고 보니 글씨 꼴이 변비 걸린 똥 가락이었다.

실은 지방보다는 사진을 모시고 싶었다.

그것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그러나 아버지의 사진 중에는 웃고 있는 사진이 없었다.

큰누나가 시집갈 때 예식장에서 찍힌 스냅사진 중에 웃는 얼굴이 있었지만 너무 작았다.

그래도 다음엔 포토샵을 해서라도 사진을 올리고 말 것이다.

포토샵을 잘 하시는 분은 나 좀 도와주시라!


오후가 되자 대구에서 어머니와 동생이 도착했다.

음식준비가 마무리되자 벌써 날은 어두워졌다. 밤이 깊어지길 기다릴까 하다가 아홉 시에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미리 사다 둔 병풍을 펴고 제기를 꺼내 상 차리기를 시작했다.

진설(陳設), 이게 생각보다 긴장되는 일이었다. 왠지 자신도 없고……


남들은 제사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남의 집 제사를 구경할 일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아도 대구 큰집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제사의 양식이야 지방마다 집집마다 다를 터, 나는 큰집의 진설(陳設)을 떠올리며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사가 국법에 정해져 있지 않은 관계로 내 아버지의 제사는 내 마음대로 지낼 참이었다.


진설(陳設)부터 머리에서 쥐가 나기 시작했다.

좌포우혜(左脯右醯), 어동육서(魚東肉西), 동두서미(頭東西尾),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아이고 골이야!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즐기신 찬은 갈치였다.

그리고 복숭아를 좋아해서 몇 그루를 집에다 심기도 했다.

그리고 고춧가루와 마늘 범벅의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그런데 국법보다 엄중한 제례는 그것들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

역시 마음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다음부턴 이것도 내 마음대로 바꿀 테다.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는 씨가 1개로 임금을 뜻하고,

밤은 씨가 세 톨로 3정승을 뜻하며, 곶감은 씨가 6개로 육조 판서를 의미하며,

배는 8개로 8도 관찰사를 뜻한다고 한다. , 제사가 공부가 되는 구석도 있었다.


다른 집에는 설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송편을,

기제사는 주로 메()을 올린다고 하지만 큰집은 모든 제사에 메를 올렸다.


영신(迎神)을 위해 현관문과 창문을 열었다.

또 고민이었다. 방충망도 열어야 하는지 때문이었다.

귀신이 방충망도 통과하지 못할까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열어 두었다.


다음은 강신(降神), 향을 피우고 동생이 따른 술을 세 번으로 나누어 모시기에 붓고 두 번 절을 했다.


 참신(參神), 나와 동생이 절을 했다. 음양의 원리에 따라 남자는 두 번,

여자는 네 번 절한다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여자는 절을 하지 않는다.

, 이것도 고쳐야겠다. 아내가 원한다면 절을 하게 할 것이다.

진찬(進饌)을 하고

헌작(獻酌)을 했다.


계반삽시(啓飯揷匙),

내가 제사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절차다.

메의 뚜껑을 열어 숟가락을 꽂고, 젓가락은 적이나 편에 올려놓는 절차로 삽시정저(揷匙正著)라고도 한단다.

으하하하 밥그릇에 숟가락을 푹 꽂는 것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합문(闔門), 아버지께서 식사를 하시도록 밖으로 잠시 나갔다.


계문(啓門), 잠시 후 내가 기침을 세 번하고 동생이 들어왔다.


철시복반(撤匙復飯), 수저를 거두고, 메의 뚜껑을 덮었다.


사신(辭神), 절을 하며 아버지를 보내 드렸다.


납주(納主), 지방을 향로 위에 놓고 태웠다.


철상(撤床), 진설한 음식을 거두어 내리고 상을 정리했다.


그리고 음복(飮福), 동생과 음복주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아버지를 잠시 기렸다.

명절이면 사촌형님 중에 한 분은 언제나 음복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곤 했다.

우리의 제사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초보 퇴마사답게 한마디 했다.

 

너희 아버지가 다녀가셨다. 나는 보았단다.”

 

얼마 전 아버지의 2주기였다.

이번에도 벼르던 사진은 준비하지 못하고 지방을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사상에 두 가지가 추가되어 있었다. 쵸코파이와 맥심커피믹서!

힘들게 차린 제사상이었지만 실은 돔배기를 제외하면 아버지께서 평소 즐기시던 음식은 아니었다.

특히 아버지는 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것도 맥심커피믹서를. 그리고 아버지는 주전부리로 쵸코파이를 좋아하셨다.

그것을 기억해낸 아내가 커피와 쵸코파이를 준비했던 것이었다.


누가 보면 뭐라 그럴지 모르지만 나와 동생은 커피와 쵸코파이가 올라간 제사상을 보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아내는 나의 기대보다 더욱 제사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시아버지와 별다른 정도 없을 텐데 어찌 그리 정성을 쏟느냐 물었더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가 정성을 들이면 시아버지께서 필시 로또 번호를 알려 주실 거라는 믿음에서였다. .

 

나는 제사를 재미로도 지낸다.

제사를 마치자 어머니는 이번 추석부터는 서울로 올라오지 않겠노라 선포했다.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이제 며느리가 혼자서 능숙하게 상을 차릴 수 있게 되어 안심이고,

대구에서 서울로 행차하는 일이 고되다고 하셨다. 서운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이 말을 했다.

 

나니미께서는 제사를 지내지 말라 하셨는데……”

 

내게 제사는 아직은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숟가락을 푹 꽂아 세우는 계반삽시가 재미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마음대로 제사의 변형을 시도할 것이다.

요즘은 제사 중에 디벨티멘토나 가야금 산조를 배경음악으로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나는 제사를 재미로도 지낸다.

그 말은 제사의 재미가 사라지면 언제든 중단하거나 변형을 할 것이란 뜻이다.

귀가 가렵겠지만 그때는 나도 나니미 할아버지의 핑계를 대지 뭐.

대체 나니미 할아버지가 누구길래……

 

아버지가 아버지라 부르니 할아버지는 틀림없고……

할아버지는 나와는 같은 성()이니까……

그러면…… 아하! (굳이 내 성을 알려 하지 마시라!)

 

그리고, 아버지가 목수였으니까…… 아니, 그럼 내가?

  • profile
    신기루 2018.09.12 10:41
    역쉬~ 문장가 다운 ...
    무얼하시고 계신지 안부도 궁금하고
    잘 계시려니합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위로하며.
  • profile
    손.진.곤 2018.09.12 12:25
    무소식이 희소식인것 맞습니다 ㅎ
  • ?
    섬집ㅇㅇ 2018.09.12 11:04
    나는 차병원 이후, 그의 가족 수가 궁금합니다.
    주인공(히어로)이 되어 뿅!하고 나타나 주길 바랍니다.
    소인이 그의 결혼식을 주례하며 축시까지 읊었었는데..
    히로뽕, 보고 싶소!


    어여쁘고 어여쁜 사람
    -신랑 하**, 신부 배**의 결혼에 부쳐




    저녁 명동이나 압구정에 나가면
    어깨 부딪치는 사람사람…
    어떤 때는 좁은 땅에 사람이 너무 많구나
    혼잣소리 하다가도
    저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어여쁜 사람일 거란 깨우침에 눈뜨고 나니
    모두 가엾고 귀하게 보이더구나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네가 내게로 다가와
    어여쁘고 어여쁜 모습으로 다가와
    내 맘속 깊이 자리를 잡았구나
    지푸라기 한 가닥, 머리카락 한 올 물어다
    기어이 든든한 둥지 틀고 들앉았구나
    세상 어디 가여운 구석 하나 지니지 않은 사람 있을까만
    그래서 긍휼함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있을까만
    어느 날에 내가 너의 긍휼이 되고
    고움이 되어 너는 나의 어여쁨이 되었구나
    긍휼은 어여쁨의 또 다른 몸단장,
    지금의 어여쁨 옷, 흙에 묻힐 때까지 벗지 말자꾸나
    어여삐 우리 바라보는 이들
    한결같은 어여쁨으로 우리 지켜보는 하늘 아래
    고것들 참 어여쁘게도 사는구나
    잘했구나, 잘됐구나! 몰래 웃음 짓도록
    그렇게 살자구나! 어여쁜 사람아,
    어여쁘고 어여쁜 사람아!


    계미년 양력 동짓달 스무여드레, 좋고 좋은 날
    섬집아이 쓰다.
  • profile
    손.진.곤 2018.09.12 12:26
    오래전 이야기네요 ㅋ
    아마도 뽕아제 셋은 낳았을텐데요
  • profile
    가산노 2018.09.12 11:30

    忌祭祀 중  獻酌에는 初獻, 亞獻, 終獻, 그리고 마지막으로 添酌,再拜,이고
    명절에는 祭祀가 아닌 茶禮라   單酌,單拜,로 끝낸다나 뭐라나
    陳設에도 보통은 棗, 栗, 梨, 枾,인데 지방이나 집안에 따라 枾, 梨,로
    지내는 집안도 있고 약간씩은 다르더군요. ^^
    격식에 따른 祭禮도 꽤 복잡합니다.

  • profile
    손.진.곤 2018.09.12 12:30
    선배님 올만입니다 ㅋ

    첨엔 저도 제례를 책보고 하다가
    두 동생들 해외에 이민 가는 통에
    이제는제 편할대로 지냅니다 ..

    저두 애들 한테는 제를 지내긴 하되
    온가족 모여 저녁먹는 기분으로 하라고 해두었습니다 ....
  • ?
    걸레(姜典模) 2018.09.12 17:30
    소인도 팬에 굽다가 부서져
    생선은 무조건 찝니다

    아줌씨들 놀리는 재미가 참 쏠쏠했었는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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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 고양이언어 이해하기 남북이 이렇게 자주 만나 소통을 하는 시대이니 이 시대를 일컬어 소통의 시대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시하는 시대 뭐 그런 시대이다 요런 오디오유저들 모임방에... 14 신기루 2018.09.17 274
19999 쪽수로 대화 하쟤냐? 뭔 200명씩이나 끌구 가? 맹수는 몰려 댕기지 않는다는 데... 유난히 질문이 많은 이가 있다. 사실 살다 보니 묻는 것에 부끄럼을 갖는 것도 한 때였다는 것을 느낀다. 모르면 묻는 거지...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예전 젊... 18 file 못듣던소리 2018.09.16 397
19998 제목 붙이기도 거시기 하네요 ㅋ 교훈같은거  급훈같은거 좌우명 .. 꼭 이렁게 있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 새해 첫날 회사지급품인 다이어리 첫장에다 열심히 썻씁니다 올목표 : 진급 올목표 : ... 13 file 손.진.곤 2018.09.15 352
19997 소통과 자유와 사랑과 이상한 사람... 오늘 또 개똥철학 강의 라기보다는 다 아시는 이야기 곰 씹는 시간이 올습니다 ㅋㅋㅋ 인간은 참으로 외롭습니다 많은 사람에 둘러쌓여있어도 말입니다 고래사냥 ... 38 file 손.진.곤 2018.09.15 343
19996 구일사(9/14) 분당 경찰서 탐방기 구일사(9/14)  분당 경찰서 탐방기 이게 누구게?  보면 몰러, 부선이지~~ 뭔 소박 맞은 여자처럼 사진을 요따구로 찍어 놨나? 개늠의 새끼들!     김부선 장군을... file 혼돈질서 2018.09.14 255
19995 하늘나라에서 온 메시지  와 ~ 대단하다. 오늘따라 비오는 날이 너무 아름답고 멋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요즘 슬프고 우울한 일이 많아서 일까... 15년 연속 최고 자살국가 대... 2 file 검정우산 2018.09.14 239
19994 이제 전기공사업 제조업 철공소 채리려고 누가 쬐매 갈쳐주슈 사실은 올해 꼬치농사가 풍작이라  붉은고추를 거진 100키로쯤 수확을 했는데 이넘을 말려야하는데 계속 흐려~ 비도오고 낼도 비오고 흐린댜~... 13 file 신기루 2018.09.13 328
19993 이래야 장사사 되는건지 ...그래야 겠지 여성이 상품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기 제가 싫어하는 사회현상이지만 공감은 하는데요... 몇해전인가 부터 네이버나 다음 구글로 홈페이지로 해놔도 며칠만 ... 14 file 손.진.곤 2018.09.13 355
19992 짝 짚신도 짝이 있다. 개똥을 찍어 봐도 소똥을 찍어 봐도  짝이 있더라. 그게 사랑이다. 그게 이별이다. 그게 노래다. 아! 또 가을이구나. 이 가을엔 다시 사랑... 7 혼돈질서 2018.09.12 216
19991 음악 덕분에 풍작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2시간씩 들려주는 음악덕분에 배추와 무가 많이 자랐습니다. 관행농에서는 지금 이 단계에서는 해충이 생겨 농약을 분무해야 하지만 우리밭의 배추와 무... 11 file 이천기 2018.09.12 286
19990 고양이 이야기 노란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가끔 마당에 놀러왔다 날 보고 온건 아니고 이웃집 강아지가 자주 놀러왔는데 그넘하고 친하게 지내는 고양이라 따라왔다. 고양이가 개... 14 file 신기루 2018.09.12 264
» 계반삽시 - 히로뽕 잘난글이라 다시 한번 리바이벌 해 봅니다 추석도 가까와 오고 해서 ...요 뽕아제가 이글 보면 ...다시 와서 뽕좀 놔주시구랴 ...... 8년전에 쓴글입니다 [신길선... 7 손.진.곤 2018.09.12 310
19988 오야가 가자면 가는 거지, 따까리가 싫다고 하면 되는 거냐? 엉? 추석이 가까왔는데요, 한가위라는데, 한가하십네꺄? 오늘은 잘못 알려져 민족 전체에 혼란을 주고 있는 추석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추석날 풍습, ... 12 file 못듣던소리 2018.09.11 284
19987 검정우산과 실용오디오  창 밖을 바라 본다. 111년 만의 대단한 무더위가 지나간 하늘은 맑고 푸르다. 하얀 뭉게구름이 엄청 크고 많다. (헤르만 헤세는 구름을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10 file 검정우산 2018.09.11 403
19986 작은꼬추를 따며 나성에... 작은 고추를 땄다 작은 그래서 매운꼬추다 청량고추는 너무 작아서 새끼손가락만 하여 다섯개는 따야 보통 고추 하나 딴셈이리라 꼬추는 작고 소쿠리는 너무 크구... 13 신기루 2018.09.10 313
19985 허림-인어 이야기(1974) 이젠 가을이라고 할 정도의 기온인것 같습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6 판돌이 2018.09.10 155
19984 사람과 인간 .. 항상 사람과 인간이라 글 주제 라면 심각해 보일수 있으나 제 글은 아입니다 ㅋㅋㅋ 이솝 우화에 ..목욕탕 문앞의 돌..이야기가 아닙니다 메르스가 국내에 반입이... 13 손.진.곤 2018.09.10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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