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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z/Gilberto 매칭의 문제

by 서로 posted Aug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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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방 회원님들 오랜만입니다.^^

팔월 무더위에도 건강한 음악생활을 잘 보내고 계신지요? 회원님들께 전하고픈 꽤 괜찮은 매칭이 있어 권해드리고자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업체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으므로 오해없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앰프와 스피커, 선재와 소스기기류의 매칭에 대해선 많은 얘기들이 있습니다만, 혹시 음식과 음악에도 매칭이란 게 있을 까요? 가령 비 오는 날 파전과 막걸리에 매칭되는 최고의 음반이라면? 콩나물국밥에는 어떤 음반이 ? 벨벳 언더 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에는 또 어떤 음식이 잘 맞을 까요?


며칠전 컵라면을 먹다가 음식과 음악에도 매칭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어리석게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가성비가  꽤 괜찮아 보여 회원님들 께서도 매칭 함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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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허균의 「한정록」을 한 권 고르고 거실로 가서 접이 상의 다리를 편 후 가져온 책을 상위에 놓습니다. 그리고 전기포트에 물을 붓고 전원을 켠후 물이 끓을 동안 컵라면(열라면 작은 컵)의 종이 뚜껑을 열고 분말스프를 넣은 후 핸드폰 유튜브에서  Getz/Gilberto 앨범을 미리 검색해둡니다.(열라면 작은 컵에는 건데기스프가 없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컵바닥에 건데기가 쬐금 깔려 있으니까^^)


포트의 물이 다 끓었으면 컵라면의 표시선까지 260ml 물을 붓고 컵속의 뜨거운 김이 한올도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준비해둔 「한정록」책으로 컵라면 뚜껑을 덮어 완전히 봉쇄합니다. 


다시  사분이라는 시간이 생겼지만 여유부릴 틈은 없습니다. 바삐 안방 선풍기를 상 옆으로 옮겨 놓고, 유리컵에 깔라만시와 칠성사이다를 이대팔 황금비율로 섞어 담고 각얼음 다섯개를 넣어 에이드를 만들어 둡니다.


아! 아직 모든 준비가 끝난 게 아닙니다. 나무 젓가락을 준비해야하는데  컵라면을 사면 끼워주는 그렇고 그런 젓가락 대신 젓가락만큼은 좀 투자를 해서 옷칠이 잘 된 나무 젓가락으로 준비합니다.


4분후

컵라면을 덮었던 책을 치웁니다.

컵라면 종이 뚜껑을 벗겨 냅니다.  

음악을 플레이 하고 이제 먹으면 되는데, 성급히 면발부터 맛보기 전에 느긋하게 솟아 오르는 김을 얼굴로 오롯이 맞으며 국물 한모금을 먼저 음미하며 국물 간을 확인 한 후에 긴 젓가락으로 면을 감아 올려 후루룩  짭 짭~ ~드시면 됩니다...


폭염에 뜨거운 열라면의 열기까지 더해져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열기를 참기 어려우면 선풍기를 켭니다. 하지만 열라면의 열기가 점 점  더 심해져서 선풍기 바람 마저 소용 없어지는 때가 오는데  이때가 바로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스탄게츠의 섹소폰 소리는 에어컨 바람보다 빵빵하고 감칠 맛 나게 유유히 흐릅니다.


마지막 한방울 남은 라면국물을 다 마신 후, 유리컵에 담겨 있는 깔라만시 에이드를 한모금 들이킵니다. 에이드가 목으로 넘어가는 짜릿한 그 순간,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던 Getz/Gilberto 앨범의 진면목을 재발견하실 수 있을겁니다~


(한정록이 없다고, 옻칠된 젓가락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실 필요없습니다. 대안이 있습니다. 동네 중국집에서 간짜장 한그릇 배달시켜 드셔 보세요. 컵라면 못지않은 훌륭한 매칭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