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호 스테레오 리뷰에 켄 폴맨이 기고한 씨디 플레이어 청취 시험에 대한 기사입니다. 십여 년이 지난 것이지만 이 무렵 이후에 씨디 플레이어의 발전은 별로 특별한 것이 없기도 하고, 스테레오 리뷰가 90년대 말에 폐간된 이후에 세상에서 이런 종류의 테스트 기사를 보기 어렵게 되었으니 참고해보시라고 올렸습니다. 스테레오 리뷰 같이 이런 기사로 오디오 회사들을 약 올리는(?) 언론 매체는 요즘같이 고도로 상업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켄 폴맨은 현재 미국 마이아미 대학의 음악 공학 교수로서 다수의 오디오 관련 기사를 써 왔으며 디지탈 오디오에 대한 유명한 책 'Principles of Digital Audio'의 저자입니다.
2004-2-2, 운영자 씀


새로운 씨디 플레이어들:
그 차이를 들을 수 있을까요?

켄 폴맨 씀, 운영자 옮김

리는 1-bit 가 20-bit보다 정말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서, 디지털 데이터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최고급 플레이어에 대한 청취 실험을 실시하였습니다.
이 디지털 시대에 일어난 놀라운 일들 중 하나는 씨디 재생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어마어마한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주 초기에 등장한 씨디 플레이어도 그 전의 엘피 재생 장치로 얻을 수 있던 음질에 비해서 대단히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완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품질 향상을 위한 여러 단계의 개선 작업이 시도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고 더 다양한 기능을 가지면서 음향 재생의 정확도도 향상된 플레이어들이 보급되었습니다.

기술 발전이 주로 집중된 분야는 씨디 플레이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DA 변환기였습니다. 변환기는 이진법 부호들을 음악으로 복구시키는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최근까지 모든 씨디 플레이어에 사용되던 전통적인 멀티비트 변환기는 실제로 매우 까다로운 장치입니다. DA 변환시 발생하는 오류는 최종 음향 신호에 찌그러짐을 유발시키는데 이 효과는 낮은 레벨의 신호에서 뚜렷이 나타납니다. 이 변환오류를 최소화하려면 매우 엄밀한 제조 공정오차 내에서 제조해야 합니다. 이 낮은 레벨 비직선성(low-leve nonlinearity)을 제거하는 것이 마침내 DA 변환기 설계의 '최후의 개척지'가 되었습니다.

과거 몇 년 동안 이러한 개량 작업은 주로 '많을수록 좋다'-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더 많은 조정, 더 많은 비트 수를 갖는 DA 변환기를 사용한 것입니다.(표준적인 16-bit 디지털 음악 신호를 복구하기 위하여 18-bit, 20-bit 칩들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람은 다른 방향으로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 칩들은 여러 가지 방식의 "1-bit" 변환기인데 이 변환기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종전의 멀티비트 회로만큼 좋거나 더 좋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 혁신적인 새 DA 변환기가 정말로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맹검 청취 시험(blind listening test)을 실시하였습니다. 이 시험은 다음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1-bit 변환기와 전통적인 멀티비트 변환기 사이에 감지할만한 차이가 있는가하는 문제이며 두 번째는 그 차이가 있다면 과연 어떤 방식의 소리가 더 좋은가하는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과거 방식으로 만들어진 최고 제품과 이 신기술을 비교해보는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두 플레이어를 1-bit 플레이어의 대표 선수로 뽑았습니다. 하나는 Philips CD-840 모델인데 이 플레이어는 필립스의 Bitstream 변환시스템을 채택한 것이며 또 하나는 Technics SL-PS70 모델로서 모회사인 마츠시다의 MASH 기술을 핵심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전통적인 멀티비트 플레이어로 Denon DCD-1560을 뽑았는데 이 플레이어는 데논이 Lambda 20-bit DA 변환기라고 부르는 것을 장치한 것입니다. 청취 시험에 덧 붙여서 각 플레이어의 종합 성능에 대한 측정도 실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측정 결과를 청취 시험 패널들에게 공개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측정들은 청취시험이 끝난 뒤 시행하였습니다. 엄밀한 청취 비교 시험 결과와 측정 시험 결과들을 놓고 볼 때 우리는 이 세 가지 플레이어들 사이에 감지할 수 있는 음질 차이가 존재하는지(또는 존재하지 않는지) 여부를 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시험 장치 준비

우리는 이 세 가지 플레이어가 매우 높은 음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에 적절한 품격의 음향 재생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많은 논란 끝에, 매우 정확한 음향을 재생하며, 듣기에 즐거운 시스템이라 할만한 것을 꾸몄습니다. 프리앰프는 콘래드존슨의 모델 MC9을 선택했는데 이 프리앰프는 FET 설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파워앰프로는 콘래드존슨의 MS-100 모델로서 8옴 부하에 채널 당 정격출력이 100W인 트랜지스터 앰프입니다. 스피커는 KEF 107을 선택하였습니다. 씨디 플레이어와 프리앰프, 그리고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의 연결은 몬스터케이블의 M1000 인터코넥트로 하였습니다. 이 케이블들의 길이는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파워앰프와 스피커 사이의 연결은 20피트 길이의 몬스터케이블 M1로 하였습니다. 스피커 케이블 연결에는 금도금된 몬스터케이블 플러그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스피커 단자에 위상 역전이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하였습니다.

ABX 시스템

씨디 플레이어들을 빠르고 편안하게 스위칭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는 데이빗 클락이 고안한 ABX 시스템을 선택하였습니다. 이 시스템은 스위치 박스와 논리회로와 표시창이 장치 된 박스, 그리고 손 조정기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비교 대상이 된 두 씨디 플레이어는 각각 임의적으로 A, B라는 표시를 했고 이 플레이어들의 출력은 스위치 박스를 거쳐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에 도달하도록 했습니다. ABX 시스템은 무작위로 A,B 중 하나의 출력을 선택하여 조정기의 X 위치에 연결합니다. 청취자는 A,B,X 셋 중에서 마음대로 스위치해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청취자는 X에 연결된 것이 A와 B, 둘 중 어떤 것인지 가려내서 선택해야 합니다. 각각의 시도마다 X에 연결된 A,B는 무작위로 새롭게 선택됩니다.

과정의 시도들이 끝나면 실제 X 선택과 청취자의 선택을 ABX 시스템의 메모리에서 읽을 수 있게 했습니다. 전체 시험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청취자에게 실제 X 선택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비교 시험 중인 두 플레이어가 어떤 종류인지 모르게 하였습니다.
각 쌍의 플레이어 비교 평가 과정의 마지막에는 청취자가 두 플레이어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렇게 까다롭게 시행한 이유는 청취자가 소리 그 자체 이외에 다른 것에 영향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조치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도의 능력을 가진 청취자라 하더라도 제품의 외관이나 브랜드 이름, 또는 회로 방식에 대한 지식 때문에 청감이 무의식적으로 채색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적절하게 시행된 ABX 시험에서 A와 B 둘 사이에 감지할 수 있는 음질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작위로 찍어서 얻을 점수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청취자가 두 플레이어를 가려내지 못했다면 맞는 답을 낼 확률이 50%란 것입니다. 음질 차이를 가려내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보다 높은 점수를 맞을 것입니다. 수많은 회수의 시도를 한 끝에 75%나 그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면 이 결과는 현저한 음질 차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계학적으로 볼 때 수많은 시행의 결과가 75% 정도나 그 이상으로 나타난다면 그 결과를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여기서 시행 회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일 시행 회수가 적다면 순전히 우연하게 좋은 점수가 나오기 쉽기 때문입니다. 시행 회수를 증가시킬수록 결과 점수가 실제와 같아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50점과 75점 사이의 점수는 오디오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들입니다--즉 논쟁거리가 될만한 것들이란 말입니다.

동기화 유지

이러한 시험 방법으로 앰프, 스피커나 다른 종류의 오디오 구성품 들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씨디 플레이어나 테이프 데크 등을 비교하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과제입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디스크를 연주하고 있는 두 플레이어에 연주 시간차가 존재한다면 청취자가 음질의 차이에 관계없이 다만 시간차를 단서로 답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조금이라도 시험에 결함이 있다면 시험 결과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완벽하게 피해가려면 두 플레이어를 하드웨어적으로 시간동기화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둘 중 하나, 또는 두 개 모두 개조를 해야하는데 이런 개조는 플레이어의 지터(jitter)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터 특성의 차이가 음질 차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으므로 이 방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라면 플레이어들을 수작업으로 동기화 시키고 연속 플레이하는 것인데 시간차가 벌어질 때마다 재 동기화 시키는 것입니다-물론 매우 성가신 작업입니다.

드웨어 개조나 성가신 작업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두 플레이어에 동일한 디스크를 넣습니다. ABX 시스템을 이용하여 무작위 적으로 X 선택을 합니다. 청취자는 A, B, X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듣겠다고 청합니다. 그러면 시행자는 ABX 시스템을 요구대로 맞춰줍니다. 스위치 할 때마다 음향신호는 묵음 시킵니다. 그리고 다음에 청취할 플레이어는 청취 트랙의 맨 처음에서 시작합니다. 이런 식으로 A,B,X를 선택하여 청취 트랙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봅니다. 두 플레이어를 동시에 연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으므로 불완전한 시간동기화 때문에 엉터리 시험 결과가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묵음 시키고, ABX 박스를 스위치하고, 다음 플레이어를 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몇 차례의 연습 끝에- 약 3초였습니다. 시험 장치들과 청취자는 다른 방에 있었기 때문에 청취자가 플레이어나 스위치 선택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시행자는 무작위 ABX 선택에 따라 한 단계씩 플레이어 교환을 실시했기 때문에 시행자가 이 일차맹검 시험에 의식적으로나 또는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생각합니다. 청취자와 시행자 모두가 X로 선택된 플레이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중맹검 시험에 비한다면 우리가 선택한 이 일차맹검 시험이 이론적으로 덜 완벽하지만 시험에 편견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는 데 충분했다고 믿습니다.

험에 관련된 몇 가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플레이어들 사이에 조금이라도 출력 크기에 차이가 있다면 청취 시험 결과는 무의미한 것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청취자들은 볼륨이 큰 쪽을 선호합니다.(스테레오 시스템의 구성품을 비교할 때는 이 출력 레벨이 같도록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게 맞추어지지 않았다면 그 시험은 시간 낭비에 불과합니다) 이 경우에 1,000Hz 주파수에서 0.1 또는 0.2dB의 출력 차이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차이라도 있으면 시험 결과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우리는 두 플레이어에 네 개의 케이블을 눈금 교정 된 네 개의 정밀 가변 저항에 연결했습니다. 각각의 씨디 플레이어 출력은 시험 음반과 Audio Precision 사의 오디오 시험기를 사용하여 규격화 시켰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스피커 단자에서 출력 차이를 0.01dB 이내로 맞출 수 있었습니다.

청취실과 음악

한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은 청취실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청취실은 두 플레이어에 대해서 동일한 조건이었지만 우리는 편안하고, 방해받지 않고, 음향적으로 중립적인 환경을 마련하려고 애썼습니다. 우리는 불규칙한 형태의 청취실을 선택하였고 스피커 주변에는 대충 무향적인 조건이 되도록 하였으며 반사적인 음향 분산판을 뒤쪽에 두었습니다. 청취실은 외부 잡음이 거의 차단되었고 스피커를 제외한 나머지 기기들은 다른 방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청취실은 완전히 암흑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암흑 상태는 청취자의 선택 사항으로 하였지만 우리는 청감이 어둠 속에서 더 정확하다고 믿고 있으며 정밀한 청취는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
험에 사용될 음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우리는 이 시험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첫 번째는 시험용 음향(test tone)을 사용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시험용 음향으로 사용하는 것은 CBS CD-1 시험음반의 20번째 트랙에 수록된 것인데 이 신호는 -60dB에서 -120dB로 사라져 가는 500Hz 사인파입니다. 이 신호는 씨디 플레이어의 낮은 레벨 변환의 직선성을 검사하는 데 아주 쓸 모 있는 것입니다. 음악을 사용한 시험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골랐습니다. 필립 글라스의 "Solo Piano Works"(CBS MK 45576), 트랙 7; 핑크 플로이드의 "A Momentary Lapse of Reason"(CBS CK 40599), 트랙 5; 그리고 리하르트 바그너의 Das Rheingold(Angel CDCB-49853), disc2, 트랙 21.

청취자 선정

마지막으로 고려한 것은 청취 패널 자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발과정을 거쳐서 청취 능력이 믿을만하고 엄밀한 시험을 기꺼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다섯 명을 뽑았습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시험은 재미있고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주 많은 시간을 요하며 꽤 어렵습니다. 선발과정에서 우리는 청취자들의 청취 민감도를 시험하기 위하여 두드러진 음향적 결함(물론 서로 다른)을 가진 두 개의 구세대 씨디 플레이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떨어내기 선발과정에서 고득점을 한 사람들을 선발하였습니다. 세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청취패널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평균 연령은 스물 여섯 살이었습니다. 청취패널은 시험의 내용에 대한 교육을 받고 한 사람씩 청취실에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청취실에 들어갈 때 선택한 답과 필요한 글들을 쓸 수 있도록 연필과 종이철을 지참하도록 했습니다.
청취 패널은 청취 시험이 실시되는 동안 어떤 플레이어가 사용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각각의 시행마다 A, B, 또는 X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으며 청취 패널이 원하는 경우에는 이미 선택을 마친 시행을 다시 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각 청취자는 열 두개의 시험 중 각각의 경우마다 20번의 시도를 수행했습니다. 열 두 개의 시험은 세 개의 서로 다른 플레이어 조합에 대해서 시험용 음향을 이용한 것 한 개, 음악을 이용한 것 세 개, 즉 4x3=12입니다. 시험들 사이에는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날에는 다른 조합의 플레이어들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미 예고한대로 청취자의 점수는 모든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채점과 결과 분석

플레이어 비교 시험에서 얻은 결과 수치들은 다음 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 비교는 데논 플레이어와 필립스 플레이어에 대한 것이며 두 번째는 데논과 테크닉스, 세 번째는 필립스와 테크닉스 입니다. 시험 결과는 사용 음원에 따라서 세 가지로 분류되었습니다: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순수 음향, 필립 글라스, 핑크 플로이드, 리하르트 바그너 순 입니다. 각각의 시험 분야마다 네 개의 숫자가 씌어 있습니다: (1) 정답대 시도 회수 (2) 정답 비율 (3) 정답이 요행수로 맞은 것일 확률 (4) 정답이 요행수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을 수 있는 수준(신뢰도)


통계적 결과

Denon vs.
Philips
Denon vs.
Technics
Philips vs.
Technics
Fade-to-zero
(test tone)
68/100
68%
0.0002
99.9%
54/10
54%
0.2421
75.8%
70/100
70%
0.00004
99.9%
Philip Glass
(solo piano)
58/100
58%
0.0666
93.3%
53/100
53%
0.3086
69.1%
62/100
62%
0.0105
98.9%
Pink Floyd
(rock group with vocals)
54/100
54%
0.2421
75.8%
55/100
55%
0.1841
81.6%
61/100
61%
0.0176
98.2%
Wagner
(orchestra)
57/100
57%
0.0967
90.3%
51/100
51%
0.4602
53.9%
56/100
56%
0.1356
86.4%

번째와 네 번째 항목은 사실 똑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통계의 불확정성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이 것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확률 0.01는 신뢰도 99% 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런 값은 그 점수가 상당히 믿을만하다는 것입니다. 이 값이 0.05을 넘어서게 되면 신뢰도는 95%로 내려가며 이것은 스무 번 해보아서 한번 맞춘다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점수가 그냥 잘 찍어서 얻은 것이라는 것입니다. 통계학자들은 여기서부터 좀 불안해집니다. 아무리 그 값이 좋아 보여도 점수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의 여지는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거짓말도 있고, 쌩구라도 있고, 통계학도 있다"(번역이 이상하죠? 원문은 There are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 마크 트웨인 소설에 나오는 디즈레일리가 한 말입니다.
우리가 시행한 비교청취 시험에서 얻은 데이터들은 해석의 오류를 피하기 위하여 매우 조심해서 분석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우처럼 결과 수치들이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할만한 경향이 엿보입니다. 예를 들면 정적(silence)으로 사라져 가는 시험 음향을 사용한 경우에 청취자들은 더 많은 정답을 냈습니다. 시험 음향으로 시험했을 때 데논과 필립스를 가려내는 시험의 종합 점수는 68%가 나왔고 데논과 테크닉스를 가려내는 시험의 점수는 54%, 필립스와 테크닉스를 가려내는 시험 점수는 70%가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필립스 플레이어가 비교 대상으로 들어있을 때 시험 점수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점수가 75%가 넘어야 청감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이란 일반적인 판정 기준이 있는데 이번에 얻은 점수는 모두 그 기준에 미달합니다. 그렇지만 몇 사람은 75%에 도달했고 한 사람은 90%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온 비교 시험에는 항상 필립스 플레이어가 끼어 있었고 이 경우에 신뢰도는 높았습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극단적으로 낮은 레벨의 시험음향 음질은 약간 다르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 어느 한 쪽이 더 좋거나 나쁘든지. 종합적으로 볼 때 시험 음향을 사용한 시험에서 청취자들은 300번의 시행에서 192번의 정답을 냈습니다. 그래서 종합 점수는 64%입니다. 이 점수는 높은 신뢰도를 가진 것이므로 요행수로 맞혔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너무 작아서, 기껏해야 겨우 가려낼 수 있을 정도(기술적으로 말하자면 감청 한계 이하라고 생각되는)이므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음향보다 훨씬 복잡한 음향을 가진 음악으로 시험 청취를 한 경우에 점수는 더 나빴습니다. 종합 점수는, 데논:필립스의 경우 56.3%, 데논:테크닉스의 경우 53.0%, 필립스:테크닉스의 경우 59.7% 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필립스 플레이어가 다른 두 플레이어에 비하여 좀 다른 음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 차이는 매우 빈약합니다. 음악 청취 시험 결과를 종합하면 900번의 시행에서 507번의 정답을 냈습니다. 종합 점수로 56.3%가 나온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필립 글라스의 피아노 독주 음악에서 최고 점수 57.6%가 나왔고 두 번째 점수는 핑크 플로이드의 로큰롤 음악에서 56.6%, 꼴찌는 바그너 음악에서 나온 54.6% 이었습니다.

취 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우수한 청취 능력을 가졌다고 판정되어 선발된 분들이지만, 시험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개인마다 청취 기교나 민감도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예를 들면 3번 청취자는 음악을 듣는 시험에서 180번 중에 96번을 맞혀서 최저점수 53.3%을 얻었는데, 4번 청취자는 109번을 맞혀 점수 60.6%를 얻어 그녀의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습니다. 각각의 플레이어 비교 시험 단계에서 마지막에 질문한 것은 A와 B 중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청취자가 50% 이상의 점수를 얻은 31회 시험의 선호도 조사를 종합해보면, 가장 적은 회수로 뽑힌 플레이어는 일곱 번, 나머지 두 플레이어들은 각각 열 번, 열 한번 뽑혔습니다. 그중 세 번의 시행에서 청취자는 아무런 선호를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통계 결과를 본다면 음질 차이에 대한 청취자의 감지 능력이 너무나 불안정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 사이의 등수를 매기는 작업이 별 의미 있는 것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실험실 측정

모든 청취 시험을 마친 후, 각 씨디 플레이어의 표준적 특성들을 측정하였습니다. 세 플레이어 모두 매우 우수한 특성들을 가진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사실 각 측정 시험에서 측정된 수치들은 서로 매우 비슷했습니다. 그러므로, 세 플레이어들은 음반의 데이터를 음악으로 복구하는 기법이 상당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성능이 대단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0dB, 1,000Hz 신호에서 데논 플레이어로 측정한 찌그러짐은 0.0024% 인데 필립스 플레이어는 0.0032%, 테크닉스는 0.0026%로 나왔습니다. 이 모든 찌그러짐 수치들은 청감 감지 한계보다 훨씬 낮습니다.

청취 시험 결과와 연관시킬 수 있을 법한 측정치들을 비교해보아도 그 차이들은 매우 작았습니다. 극히 낮은 레벨의 선형도 측정에서 테크닉스 플레이어는 아주 작은 차이로 1등을 하였습니다. 너무 작은 차이라서 그 차이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잡음지수(S/N) 면에서 보면 필립스 플레이어는 다른 것들보다 9 또는 10dB 정도 나쁘지만 다이나믹 레인지는 2,3dB 정도 높았습니다. 정적으로 사라지는 시험 음향을 사용한 시험 중에 필립스 플레이어가 참가한 시험 점수가 약간 높게 나온 이유가 바로 이 특성 차이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음악 청취에서 이러한 차이가 원인이 될 것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세 플레이어 모두 아주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었지만, 특정 조건에서 음악을 들을 때 충분히 감지할만한 정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청취 시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증명했을까요?

우리의 시험 결과를 가지고 쉽게 단정적인 결론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낮은 레벨에서 정적으로 사라져 가는 시험 음향에서 얻은 종합 점수 64%를 놓고 보면, 이 시험에서 청취 패널들은 가끔씩 약간의 음질 차이를 들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험 음향을 사용한 시험에서도 플레이어들 사이의 차이를 가려내기가 꽤 어려웠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할만합니다. 청취 패널 선발과정에서 사용한 구세대 플레이어들로 이 시험을 했을 때 청취 패널들이 그 차이를 매우 쉽게 감지해낸 것(청취 패널 선발과정에서 사용한 구식 플레이어의 경우에 청취 패널들은 99%의 점수를 얻었습니다.)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입니다. 이 세 플레이어에 사용된 새로운 DA 변환기들은 낮은 레벨 비직선성(low-level nonlinearity) 문제를 거의 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악을 시험 음원으로 사용한 경우에 종합 점수는 56.4%인데 이 점수는 감지할만한 음질 차이가 존재한다 해도 극히 작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데이터 결과를 학문적 용어로 말한다면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존재한다면, 음악을 즐기는 데 그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세 개의 씨디 플레이어를 다섯 사람이 들은 이 시험의 최종 분석 결과만 가지고 대체적인 일반화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셋 중의 어느 한 플레이어가 다른 것들보다 우월한 음질을 가졌다고 말할만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시험에 사용한 세 개의 플레이어들은 특정한 기기들 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제품마다 제조 편차가 있고 그러한 제조 편차의 차이는 실제로 꽤 커서 우리 시험에서 사용된 기기들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는 약간의 음질 차이가 무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 시험 결과는 매우 중요한 결론 하나를 뒷받침합니다. 1-bit와 20-bit 플레이어들 사이의 음질 차이는 기껏해야 극히 작았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이 시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이제 세상에 나온지도 얼마 되지 않은 1-bit 기술이 그동안 상당한 수준으로 개량된 기존 기술의 라이벌 또는 동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1-bit 변환 기술이 더욱 개량되어 음질 향상에 기여할 것인지 또는 씨디 표준의 한계에서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존재하는지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어쨌든 Lambda, Bitstream, MASH 변환기들은 더 나은 디지털 음향 재생을 향한 경쟁에서 누구 하나 뒤질 것이 없는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말하자면 3-way dead heat(동시 도착)의 경주였습니다.

-- 끝 --